70대 아버지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그가 범행 후 작성한 유서에 담긴 내용이 알려졌습니다.

2024년 11월 8일 서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70대 아버지를 살해(존속살해)한 30대 남성 A씨가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A씨는 지난 달 27일 서울 은평구 다세대 주택에서 어머니에게 "술값을 내놓으라"며 폭언하는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습니다.

이어 나흘 뒤에는 '며칠 전 아버지를 살해했다'며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사망한 아버지 아들 폭행 혐의로 두 차례 입건 전력..."어머니도 괴롭혀"

신고 전 A씨는 범행을 저질렀던 집에서 어머니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버지가 가정 폭력으로 어머니와 자신을 괴롭혀왔다고 진술했습니다.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던 A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버지가 저를 죽인다고 하시고 끓는 물을 끼얹는다고 했다"며 "어머니에게도 저에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 폭언과 폭행이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A씨의 아버지는 2017년 아들을 협박한 혐의, 2021년에는 아들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 된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었고, 계속해서 폭행에 시달린 A씨는 결국 아버지를 살해한 존속살해 범죄자가 되었습니다. 

 

"30년 넘게 폭언과 폭행...아버지에겐 미안하지 않다"

현장에서 발견된 A4용지 4장 짜리 A씨가 작성한 유서에도 평생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아버지가 30년 넘게 술을 마시고 폭행과 폭언을 해왔다"며 "모두에게 미안하지만 아버지에겐 미안하지 않다"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누리꾼들은 "정상참작은 이럴때 하는 겁니다 판사님들아", "저 마음이 짐작도 안된다...", "무죄는 안되더라도 최대한 관대한 처벌 부탁합니다", "고통 속에서 보낸 세월만 30년이라니", "오죽했으면", "이 사건은 결과 말고 과정을 꼭 봐주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부친 살해 고등학생, 집행유예 선고..."가정폭력 고통"

한편 2014년에는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살해한 고교생이 구속 5개월여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고교생 B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모습을 처음 목격하고 우울감과 불안감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후에도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이 끊이지 않자 자신이 말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교 1학년 때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범행 당일 B군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 사실을 전해 들은 상태에서 다음 날 새벽까지 어머니와 심하게 부부싸움을 벌인 아버지가 잠들자 둔기로 때려 숨지게 했습니다.

존속살해 혐의로 국민재판참여를 받은 B군은 평생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고통받은 사실이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 받았습니다.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심신미약을 인정했으며 양형에 있어서도 집행유예 의견이 4명으로 과반을 넘었습니다.